소설연재 - 아나나스 #1-4 : 악연의 여자 -소설연재- 아나나스

친구들과 회전목마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서유슬은 누군가 뒤에서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본 그녀는 어떤 한 남자가 자신을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그 남자는 대뜸 큰 소리로 윽박질렀다.

 

“당신! 가방으로 사람을 쳐놓고 신경도 안쓰고 그냥 가더군요!”

 

“그게 무슨소리죠?”

 

즐겁게 놀고 있던 그녀는 난데없이 얼굴도 모르는 남자가 윽박지르자 상당히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당신 가방이 가만히 있던 내 손을 치고 지나가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음료를 다 쏟았단 말입니다!”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어져서 강하게 대꾸했다.

 

“무슨 소리에요? 전 그런적 없어요!"

 

그런 기억이 없는 여자는 정색을 하며 대꾸했다. 왠 생사람 잡는 소리냐는 듯이 대꾸하는 여자의 반응을 보니 루튼은 혈압이 급격히 상승함을 느꼈다.

 

“무...무슨! 지금 내가 괜한 사람 잡고 이러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당신 가방, 옷, 얼굴, 다 똑똑히 봤단 말입니다.”

 

하도 남자가 윽박지르자 그녀는 그런 일이 있었나?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무언가 부딪혔었던 듯 한 느낌도 들지만 그 이상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저란 확신을 어떻게 하시죠? 이 인파속에서 다른 사람일 수 도 있잖아요?”

 

“크윽, 이 사람이 정말! 당신 맞다니까! 당신 때문에 세탁비를 3만원이나 물어줘야 했단 말입니다!”

 

안 그래도 여자인 자신에게 대뜸 소리부터 지르던 사람이 돈 예기를 끌고 나오자 그녀는 그를 의심하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지금 그래서 저보고 그 값을 물어내시란 소린가요?!”

 

그녀의 눈에 의심의 눈초리가 짙어짐을 본 루튼은 점점 더 꼭지가 돌아갔다.

 

“허, 내가 무슨 돈 때문에 사과부ㅌ......”

 

뒤에서 큼지막한 손이 루튼의 입을 막고 어깨를 잡아 끌어당겼다.

 

“야, 야, 루튼. 여성분한테 너무 무례하잖아. 주위 시선도 좀 신경쓰라고.”

 

주변 수십명의 시선은 모조리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소리를 뻥뻥질렀으니 이목이 집중됨은 당연했다.

 

“너, 지금 누구편을! 이게 다 이 여자 때문이라니깐!”

 

“그래, 알겠으니깐 목소리 좀 낮춰. 이렇게 하면 너도 아까 그 남자랑 똑같은 사람 되는거야. 게다가 여성분이잖아.”

 

“그게... 무슨!”

 

머릿속으로 피가 몰려 흥분되있는 상황이었지만. 베니얼의 말에 한가닥 이성은 되찾는 루튼이었다. 분명 저 여자가 잘못한게 확실하지만, 그것에 대해 책임을 요구하기에는 상황이 애매했다. 무엇보다 저 여성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후...우...”

 

루튼은 얼굴을 한손으로 감싸쥐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베니얼이 굳어있는 표정의 서유슬과 일행에게 말했다.

 

“아,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서로간에 좀 여의치 않는 일이 많이 생겼군요. 저 친구는 제가 잘 달래서 돌아갈테니 이 일은 마음에 두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훤칠하게 생긴 베니얼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그제야 여성들도 긴장한 표정을 풀기 시작했다.

 

“자, 가자 루튼. 좋게 좋게 끝내자고.”

 

“아, 하지만...”

 

“얘들 기다린다 가자.”

 

베니얼이 어깨를 부여잡고 당겨가자 루튼은 크게 반항하지 못하며 중얼대며 끌려갔다.

 

그들이 인파속으로 사라지자 그제야 사람들은 본래 갈 길을 걸어갔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본래의 놀이공원 답게 북적댔다.

 

“유슬아, 괜찮아?”

 

“별에 별 인간을 다 보내. 기분나뻐!”

 

“니가 참아, 정말 무례한 사람이네!”

 

여성들은 루튼의 험담을 꺼내며 촥 가라앉은 기분을 날려 보내려 했다.

 

“저기...”

 

한 남성이 서유슬에게 말을 걸었다.

 

“타이밍을 못 잡아서 말씀을 못드렸는데...”

 

“네?..”

 

그 남성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처음부터 봤는데 여성분께서 저 사람의 컵을 친거 맞아요.”

 

서유슬은 멍찐 표정이 되어서 되물었다.

 

“정말요?”

 

“아, 예.... 제가 옆에서 봤거든요.”

 

북적거리는 놀이공원에서 그들 사이에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아무래도.. 제가 괜한 말을 꺼낸거 같네요. 실례했습니다.”

 

그 남자는 쑥스러운지 살짝 목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일행이 있는 쪽으로 후다닥 걸어갔다.

 

서유슬과 그 일행은 멍찐 표정으로 한동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아우, 속 터져.”

 

“그냥 이제 잊어. 놀러 와서 그런 거 계속 생각하고 있으면 니 손해다.”

 

둘은 인파속에 섞여 걷고 있었다. 루튼은 짜증섞인 얼굴로 계속 가슴 속에 담긴 화를 풀어내기에 정신없었다.

 

“아악, 그 여자도 그 여자지만! 너! 너!”

 

“나, 뭐?”

 

“너 날 도와주는 거야? 괴롭히는 거야!?”

 

“내가 도와줬지 언제 괴롭혔냐?”

 

“아악! 네가 제일 짜증나!”

 

머리를 양손으로 박박 긁으며 루튼은 일행이 보이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베니얼은 그 뒷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웃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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